팬플루트
http://www.chikwa.net/202   주소복사 
소년은 음악을 사랑하여 항상 라디오의 FM이 친구처럼 곁에 있었습니다. 어느날 DJ가 갈대를 가로로 엮어 연주하는 악기를 소개하였습니다. ‘팬’이라는 그리스 신화속의 ‘신’(神)이 짝사랑하던 요정을 생각하며 매일 호수에서 연주한 이 악기를 팬플루트 또는 팬파이프라고 말하였습니다. 곧 이어 연주되는 ‘외로운 양치기’, 소년은 그 소리에 매혹되어 급히 녹음 테잎에 녹음을 하였습니다. 앞부분을 놓친 녹음이었지만 매일 들으며 그 감동속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악기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지만 지금처럼 컴퓨터나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쉽지 않았습니다. 악기사 직원도 잘 모르고 판매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 십 여년이 흐른 후, 국내에서 제작한 팬플루트를 구입하여 품에 안게 되었습니다. 꿈만 같았습니다. 그때 그 소년이 지금 팬플루트에 관한 소개를 하려고 합니다.

팬플루트에 대한 신화

그리스 신화에 목신(木神)의 사랑이야기가 있습니다.
상반신은 사람의 모습이고 하반신은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는 목신인 팬(PAN)의 이야기입니다. 팬은 호수의 요정인 시링크스(Syrinx)를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시링크스는 그의 모습에 놀라 그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집요한 팬의 사랑에 시링크스는 호수의 ‘신’(神)인 아버지에게 팬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호수의 ‘신’(神)은 그녀를 갈대로 변하게 하였습니다. 슬픔에 빠진 팬은 그 갈대를 꺾어 악기를 만들어 불며 그녀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고 합니다. 이러한 신화를 가지고 생겨난 악기가 바로 팬플루트 입니다.


팬플루트의 역사와 명칭

팬플루트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고 세계 곳곳에 다른 명칭으로 등장하는 악기입니다.
팬플루트는 BC5세기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탈리아 보르냐 벽화, 중앙아메리카, 아마존강 유역 등의 유적지에서 그 흔적이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기원은 중국 한나라 시대에 사용되었던 관악기를 팬플루트의 시조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도 중국의 대나무를 팬플루트 재료로 좋은 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팬플루트가 처음부터 예술적인 음악행위에 쓰이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대나무나 갈대의 ‘관’하나씩을 다수의 사람들이 하나씩 들고 소리를 내며 종교적 행사에 참여하였고, 이후에 가지런히 관을 뗏목처럼 연결하게 되면서 비로소 선율을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팬플루트는 중국에서는 ‘피샤오’, 페루에서는 ‘얀타라’, 에콰도르에서는 ‘론다도르’, 오세아니아에서는 ‘가달카날’, 유럽 대륙에서는 팬플루트 또는 팬파이프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배소’ 또는 ‘소’라는 팬플루트와 유사한 악기가 있습니다.


팬플루트의 종류와 재료

팬플루트는 남미형과 유럽형이 있습니다.
남미형은 각 관을 고정하고 이어주는 밴드가 중간에 위치하고, 유럽형은 아래에 위치합니다.
밴드의 위치를 어떤 스타일로 한정 지을 수도 있지만 여기에는 소리에 대한 차이가 있습니다.
남미형의 경우는 울림이 잘되고 음량도 큽니다. 반면 유럽형은 음량이 남미형에 비해 약한 대신 소리가 뻗어나가는 특성이 있으며 톤의 밸런스가 좋습니다. 그래서 전문연주자들은 유럽형을 좀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악기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유럽형이 남미형 보다 힘들기 때문에 가격도 더 높습니다.
악기의 재료를 보면 고대 벽화에는 석재나 점토 등으로 제작하였던 것도 보입니다.
현재는 대나무, 갈대, 목재, 크리스탈, 플라스틱, 황동 등 다양한 재료로 악기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도 최상품으로는 대나무로 제작한 팬플루트를 꼽고 있으며, 연주자들도 가장 선호하고 있습니다.
팬플루트의 구조

팬플루트는 한쪽이 막혀있는 여러 개의 관을 뗏목처럼 차례대로 연결시켜 놓은 원시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파이프에는 입으로 물고 부는 리드(reed)부분이 없으며 뚫려있는 윗부분을 가로로 움직이며 연주합니다. 우리가 음료수 병에 입술을 대고 바람을 넣으면 병속의 공기가 공명되어 소리가 나는 원리와 똑 같습니다. 초기에는 원시적인 형태로 민속음악을 연주하는 범주를 벗어나지 못해 몇 개의 관만을 사용하여 연주하였습니다. 그 형태도 다양하여 뗏목처럼 엮은 뗏목형과 두 줄로 엮어 만든 이중형 그리고 다발처럼 관을 엮은 다발형 팬플륫등이 만들어 사용되었습니다. 지금도 이런 형태의 악기를 제작하여 연주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연주용은 뗏목형의 팬플루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팬플루트의 발전

몇개의 관만으로 단순한 민속음악의 음계를 연주하였던 팬플루트는 그 특유의 맑고 투명한 음색과 연주자의 기량에 따라 특수한 음색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또한 특정 국가나 민족의 악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다보니 많은 연주자들이 관심을 갖고 팬플루트를 개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18세기 말까지만 해도 8개의 대나무 관으로 만들어져 연주되었으나, 점차 그 수가 증가 해 19관, 23관, 25관으로 늘어 현재는 30관까지 등장하였습니다. 또한 음악적인 역량을 높이고자 베이스, 알토, 테너 악기 등을 개발하였습니다. 또한 각 조별로 제작하여 대중음악에서 클래식까지 연주 할 수 있게 음악의 영역을 넓혔습니다.
재료 또한 대나무로 한정하지 않고 목재 또는 크리스탈을 사용하여 음색의 변화를 추구 하였습니다. 최근에는 황동 파이프에 바람을 넣는 취구 부분만 대나무로 제작하여 전문연주자들이 좀 더 다양한 음색과 음악적 표현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팬플루트의 아름다운 음색은 일반인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보여, 동호회 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초보자들에게 저렴하고 소리도 쉽게 낼 수 있는 플라스틱 악기도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팬플루트 발전에 기여한 연주자

이렇게 팬플루트가 대중화 되고 전문화 되며 발전하게 된 것은 많은 훌륭한 연주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70년대 초, ‘로스 차코스’라는 프랑스인들로 구성된 인디오 앙상블이 바흐의 ‘폴로네이즈’를 발표함으로써 이 악기의 아름다움을 알렸습니다. 그후 남미의 안데스산맥을 발원으로 한 인디오 앙상블 ‘로스 잉카스’, ‘로스차코스’, ‘우르밤바’ 등은 팬플륫을 통해 안데스 음악을 세계에 전파시킨 대변인들입니다. 70년대 중반에 들어서 우리는 더욱 향상된 팬플루트 연주곡을 듣게 되었습니다. 루마니아 출신의 게오르그 잠피르(Gheorgh Zamfir)라는 탁월한 연주자가 등장하여 [외로운 양치기]라는 매우 환상적인 곡을 발표함으로써 팬플루트라는 악기의 특징을 유감없이 들려주었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팬플루트에 입문하였고 그것을 전공한 연주자로 [외로운 양치기] 이후 [여름비] 그리고 그가 작곡하고 연주한 [팬플루트협주곡 제1번 G장조]는 음악사에 길이 남을 업적입니다. 그는 연주뿐 아니라 악기의 개발과 연주 기법의 개발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을 하였습니다. 이후 그의 제자와 또 다른 많은 연주자들이 배출되어 세계 곳곳에 팬플루트를 알리고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였고, 수천년 동안 그 모습이 변화되지 않은 악기. 맑고 영롱한 소리와 깊은 호소력을 지닌 팬플루트의 목가적인 분위기에 한번 빠져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직접 팬플루트를 연주하며 ‘팬’이 되어 언어가 아닌 음악을 통해, 내 마음을 타인에게 전달하고 ‘나’자신의 마음도 따스하게 안아주면 어떨까요.


심배림(전주시립국악단 상임단원)



[영상출처] 외로운 양치기(작곡자인 제임스 라스트와 그의 악단 그리고 게오르그 잠피르의 연주)
 
기사작성일 | 2019-05-09   
잘못된 내용이나 의견있으시면 메일 보내주세요. (E-MAIL : khyou@ak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 문의